태어났을 당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어머니는 축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은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꼭 넘치는 축복이 그만을 피해가고 있는 듯 수척한 얼굴이었다. 막 태어나자마자 그 품에 안겼을 때도 그런 인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막 의식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참담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그 얼굴을 보았다. 그때, 뭐라고 했더...
“…집이 완전 난장판이네.” 예상은 했지만. 공녀는 앳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허망한 표정으로 쑥대밭이 된 집을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갑자기 자기 집을 떠나야 한다는 충격에 우는 애를 겨우 달래서 데려왔는데, 집 자체에 대한 첫인상도 완전히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달래는 도중에도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긴 했는데. 왕 앞...
나이차가 여러 의미로 많이 나는 동생 탓에 그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가 가려져서 그렇지, 피피오는 꽤 영특한 아이였다. 동생이 태어나고서야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좀 더 보이게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아이에게는 불필요할 정도의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도련님께서 딱 4년만 더 늦게 태어났어야 하는데’따위의 말을 듣고 자란 소년은 늦게 태어...
공녀가 제 오라비와 비슷한 키가 된 것은 소년이 열 번째 생일을 맞이했을 즈음이었다. 이제야 목검을 휘두르는 자세가 그럴듯해진 소년은 곧 저를 아예 추월해버릴 기세인 동생의 키에 불만이 많은 듯했다. 오라비와 함께 검술 수업을 듣고 있긴 하지만, 목검을 바른 움직임으로 휘두르는 것보다는 마구잡이로 휘둘러 걸리는 모든 것(스스로가 쥔 목검 포함)을 박살내는 ...
막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은 괴한(부하)를 데려다 주고 돌아온 오빠에게 공녀는 중요한 건 외관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끔은, 좀 중요한 게 아닐까? 어떻게 봐도 불행을 부르는 저주받은 보석처럼 보이는 물건을 쥔 공녀에게 그 오빠는 굉장히 상식적인 반응을 했다. “…그거 버려.” “외관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위험해 보여. 그런 거 함부로 만지고 ...
수도는 물론이고, 왕국 전체를 뒤져봐도 공작저만큼 정결한 곳이 없다는 건 이제 대부분의 수도 시민들이 알았다. 공작저 근처에만 가도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기 때문에 공작저 근처에는 그 지위에 걸맞지 않게 온갖 사람들이 들끓었다. 이제 공작저에 신의 대리인이 정말로 태어났다는 걸 믿지 않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공작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건 또...
왕국의 유일한 공작가에 신의 축복이 내려진 지 오 년이 지났다. 평범한 축복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었겠으나, 곧 태어날 아이가 신의 대리인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이 신들의 은혜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계에서 감히 불신이라는 사특한 감정을 품은 자가 있을 리 없으므로, 신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모두의 기쁨이 되었다. 신이시여, ...
“저기 봐, 클로토. 새 모양 구름 옆으로 똑같이 생긴 새가 날고 있어.” “…응, 그러네.” “…정말 보고 있는 거 맞아?” “맞아.” “내 말 듣고 있는 건 맞지?” “응. 듣고 있어.” 사실을 말하자면, 하늘을 날고 있는 새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은 건 ▒▒▒▒뿐이었다. 그러니 보고는 있더라도, 그와 같은 걸 보고 있는 것은...
그다지 듣고 싶지 않았던 녹음 내용을 데이터 복구 확인이라는 명목으로 일도애게 강제로 들려준 유강현은 그 날 돌아간 뒤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항상 자주 온 것도 아니었고 발걸음이 뜸했던 날도 있었음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그 기간이 정말로 꽤 길었다. 처음 며칠 동안에는 일도도 속이 복잡했던 터라 그에 대해선 별다른 생각이 없...
“오, 유강현! 이제 좀 익숙해진 태 난다?” “…감사합니다.” “아직 히어로까진 아니어도 히 정도는 될 것 같아 보이네. 힘내, 짜샤. 아직 단독 임무는 힘들지만, 이대로 가면 언젠간 할 수 있게 될 거다.” 일단 전 제가 원해서 히어로가 된 게 아니고요. 그리고 제 능력 상 단독 임무는 맡으면 안 되지 않을까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킨 강현은 그냥...
“반응하는 거 보니까 관심 있는 거 맞나 보네.” 일도의 즉각적인 반응에 돌아온 대답에는 다소의 냉소가 섞여 있었다. 그걸 신결쓸 때가 아니긴 했다. 사실 히어로의 능력을 원하는 사람은 많다. 능럭을 개발한다는, 효과가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를 사이비에 가까운 학원이나 강의들도 단속 때만 지나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또 단속철이 우르르 사라지는 형편이었다. ...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건 분위기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물리적인 현상을 포함해 말하는 것이었다. 일도는 자신의 반 만한 키, 부피로 따지면 사분의 일? 일도 자신도 그리 오래 살아보지 않은 나이에 가져다 대도 반보다 적을 아이가 한 말을 듣고 표정 관리조차 하지 못하느라 테이블 위의 물방울들이 죄다 얼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곤두선 털들이 차가워진 공기 ...
아마도 한달마다 새 회차가 발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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